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려는, 근무하는 저년차 사원들이 고민하는 문제 하나는 대형 사무소와 아뜰리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 둘은 현상팀과 실시팀 둘 중에 결정하는 일이다. 필자는 대형 사무소 2년차 사원으로 현상팀과 실시팀의 결정은 이미 학생 때인 3~4년 전으로 실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완료되었다. 그림인 건축이 싫었고 지어지는 건축을 해보고 싶었다. 필자 뿐 아니라 많은 학생, 저년차 사원들은 여전히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에 대한 오늘의 답을 공유하고자 한다. 왜냐면, 이 답을 쉽게 내릴 수는 없지만 간절히 그 답을 얻길 바랬고 오늘 운좋게 진심어린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고민이 되면 인터넷에 가끔씩 고민을 검색해 본다. 그 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그런 도움은 못받아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림인 건축이 싫었던 필자는 역설적으로 지금 현상만 1년 넘게 해왔고 1년이 넘는 고민 끝에 오늘 실시팀으로 옮기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작년 입사시 시작은 일반건축 실시팀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팀이었지만 사실 의욕만 앞섰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커피 포트를 닦는 정도? 잡일밖에 할 게 없었다. 도서를 피디에프로 변환하고, 서류를 우체국으로 보내고, 커피포트 닦고, 스케치업으로 올리고. 하지만, 필자가 실시팀에서 하고 싶었던 건 건축 단부의 디테일에 대한 고민, 더 좋은 공간에 대한 고민, 도시에서 역할하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많은 걸 경험하고 싶은 욕심에 비해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도 만족하지 못한 채 현상팀도 경험하게 되었다. 왜 사람들에게도 만족하지 못했냐. 필자는 구조적인 것에 민감하다. 구조는 본질의 것이라 생각한다. 실시팀의 구조는 1인 1프로젝트. 남들의 일을 봐주기에는 벅차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겨우 퇴근을 할 수 있기에 누군가를 염두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회사가 배우는 곳이 아니고,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야하고 배워야하는 곳이다. 그것 조차 없다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과거에 느꼈던 것을 1년하고 반년이 지난 어제는 잊었었다. 실시팀은 배움이 없어 굉장히 힘든 곳이었다. 실시팀 다음으로 간 곳은 현상팀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같은 경우 현상팀의 구조는 대략 5인 1프로젝트. 4~5명이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서로서로에게 자신의 생각과 스킬을 공유해야한다. 협업이 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그 당시 실시프로젝트를 3년안에 혼자 진행해보겠다던 학생 때부터 잡은 목표는 살짝 밀어둔채 무엇인가 배우길 원했던, 또 하나의 배울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일년 반을 지내왔다. 필자가 정한 목표는 미래로 보내고, 그토록 싫어하던 그림의 건축을 하면서 심지어 1주에 100시간이 넘는 시간을 근무하던 고통스러운 나날을 지내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야기를 꺼냈다.

말을 꺼내자 들려온 첫 번째 이야기, "실시팀, 어디 생각해 본데 있니?"였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 지금 실시팀에는 전부 사람이 부족해서 어디든 갈 수 있다. 이거는 필자도 알고 실시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둘, 실시팀에는 너를 진심으로 케어해 줄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서 노력하면 될 문제라고 여겼다. 다만, 이 회사에서 신입부터 시작해 10년 이상의 건축경력을 가진 팀 리더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는 없었다. 필자와 같은 생각에서 이야기를 한 부분은 지금 실시팀은 1인 1프로젝트이기에 남의 것을 봐줄 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 시간이 있다한들 가르쳐주고 도와줄 그럴만한 사람도 없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형 사무소는 어디든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만한 사람은 극소수다. 리더도 지금 회사가 아니라 유명 대형 사무소에 있어봤고, 필자 또한 지금 회사가 아니라 유명 대형 사무소에 있어봤다. 만약, 자신이 다른 환경에 있어서 다른 상황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자신이 속한 팀 리더가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봐야한다. 들려온 두 번째 이야기가 방금 말한 무엇이다. "건축의 핵심은 계획력이다. 지금 실시팀에는 그걸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들려온 첫 번째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진심으로 필자를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필자가 부족해서 도면도 만지고 배치도 하면서 개요도 다룰 때 쯤이 되어야 실시팀에 가서도 다 자기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들려온 세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자신이 다 겪어봐야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도와주겠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1시간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나름 결단을 말하려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냥 내 멋대로 하기는 어려웠다. 필자가 유명 대형 사무소에 인턴으로 있을 때, 나이 50 가까이 되셨던 분이 말씀해주셨다. "건축말고 할 거 많으니까, 딴 거 해", 재밌게 말해주셔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속으로는 '본인도 하시면서, 왜 남이 좋아서 하려는 것을 말리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몰랐다. 그게 진심이었고, 많은 고민과 힘든 시기를 통해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1년차가 되자마자 쉽지않다는 것을 느꼈고 그 뒤로 남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아뜰리에를 가서라도 실시를 하고 싶을 정도로 일단은 건축의 처음부터 끝까지 맛보고 싶다. 계획부터 실시, 시공, 감리, 사후관리까지 큰 틀에서 경험하고 그 안에서 깊이를 찾고 싶었다. 팀 리더가 말하는 큰 틀은 계획력이었다. 계획을 할 줄 모른다면 발주처한테 휘둘리고, 실시팀 PM도 될 수 없으며, 굉장히 힘든 시기가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것이 현상팀과 실시팀, 기로에 선 저년차 건축인에게 주는 오늘의 결론이다.

어쩌면, 현상팀이든 실시팀이든 상관없을 지도 모른다. 건축의 핵심은 계획력이라는 것이었고, 아무래도 지금의 회사 구조상 현상팀이 계획력을 키우기에 적합했다. 그리고 계획력을 바탕으로 큰 틀을 짤 수 있을 때, 인허가나 실시설계를 해도 늦지않다는 결론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큰 틀은 배치와 개요 정도는 합리적으로 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좀 더 현상팀에 남기로 결정했다. 아직 명확하게 실력이 부족하기에 실시팀에 가더라도 제대로 된 업무를 못해볼 것 같았다. 실시팀에서의 개인적인 계획은 무엇이었냐면, 아무래도 실시팀이 시간적으로는 더 여유로우니 11월까지는 건축기사를 준비하고 12월부터 건축사시험학원에 다녀서 21년 전반기 건축사시험을 볼 생각이었지만 다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무엇이 되었든, 결정은 우리가 내리고 책임도 우리가 지는 것이다. 내일의 결정과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결론은 명확했다. 

+ Recent posts